당신의 HOME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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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HOME은 어떤 의미인가요?

 

집은 한문으로 표현하면 家(집 가) 자를 씁니다.
宀(면) + 豕(돼지 시) 이 두 단어가 모여서
‘집’이라는 글자로 만들어진 거죠.
<지붕 아래 돼지>
중국에선 지금도 돼지가 복의 상징이고 가정을 지키는 동물의 상징입니다.
이 단어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 집은 무언가로부터
나를 지키고 어떤 구성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HOME] 전시 중에서

 

집의 공간

자취했을 때 집은 ‘잠자는 공간’에 더 가까웠다. 일 끝나면 잠들기 바빴고,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꾸미고 싶은 욕구도 없었다. 지금은 아니다. 짧게 지내라도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어느 순간 가치관이 바뀌었다기보다 쉬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다. 퇴근하고 집 가는 길에 예쁜 식물을 보면 구매하고, 살면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처럼.

집이 정말 사람 사는 집처럼 느껴지길 원했다. 자취방을 구할 때도 여러 집을 봤고 조건도 따졌다. 내가 머물 집이니까. 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있을 테고, 내가 사용하는 물건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말해줄 수 있다. 그래서 생기 있는 집에서 살고 싶고, 내 취향이 담겨 있는 집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다.

후지필름 X 갤러리 [HOME] 전시 포스터를 보자마자 흥미로웠다. 후지필름은 [HOME]을 주제로 국제 자유 보도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가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16명의 사진가는 미러리스 카메라 GFX 50S를 사용했고, 사진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 HOME 결과물을 볼 수 있다. 프로젝트 사진은 부산에서만 감상할 수 있고, 서울에선 한국에서 HOME의 의미와 프로젝트 영상만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돌아다닐 수 있는 허가증 같은 것입니다.”

서울 전시공간은 작지만 [HOME]에 대한 여러 인사이트를 볼 수 있으며, HOME 사진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진집까지 볼 수 있다. 벽에 붙어 있는 여러 메시지도 공감되고, 16명 사진가의 HOME 다큐멘터리도 인상 깊었다. 작가마다 다른 HOME의 관점을 보니 마치 당신의 집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 것 같았다.

돌아올 공간

집은 돌아올 공간의 개념이 크다. 일을 마치고 쉴 수 있는 공간,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올 공간. 그래서 자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방 대부분이 자는 공간으로 쓰인다. 아침에 눈 떴을 때 따가운 햇빛을 막아줄 커튼, 내 숙면을 책임질 기능성 베개, 발 베개, 안고 자는 베개, 마약 매트리스, 머리맡 가습기까지. 온통 최적의 숙면을 위한 소품들이다. 그만큼 집에 왔을 때 기분 좋은 공간이 되길 바랐다. 일 마치고 집에 가자마자 맥주 마시고 스르르 잠들 수 있도록. 정말 편안하게 느껴졌으면 했다.

예전에 살던 공간을 생각해보면 바닥에 달랑 이불만 있었다. 취향이랄 것도 없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의 포스터가 붙여져 있고, 쌈채소 키우며 늘 고기 먹을 생각에 들떠 있고, 좋아하는 가수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본다. 내 공간에 내 삶이 스며들어 있다. 그곳에 생활하고 있는 지금이 좋다. 청소를 싫어했던 내가 창문을 닦아 먼지를 제거한 뒤에 뿌듯함을 느낄 정도니. 이래서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한 번 깨끗하게 살고 싶다고 하면 그 마음을 지키고 싶다.

 

“우리 집 앞에 뭐가 있었지?”

취향이 담긴 공간

벽에 붙어 있던 저 문구가 자연스럽게 옛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집 앞에는 작은 화단이 있었고, 뒷마당도 있었다. 엄마는 뒷마당에서 보자기와 가위, 동그란 바구니를 가지고 내 긴 머리카락을 잘라주곤 했다.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뒷마당에 돗자리 깔고 장난감 가지고 놀았으며, 동생과 젤리를 나눠 먹는 사진도 있다. 기억나지 않지만 사진만 보면 활기찬 집이었던 것 같다. 집 안이든 마당이든 모든 곳이 나의 놀이터였고 호기심을 풀어내기에 충분했던 곳.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도 좋아했다. 벽에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 브로마이드가 붙여 있고, 귀여운 인형 진열장이 있고, 꽃무늬 예쁜 이불이 있는 등 집마다 다른 물건이 있었다. 나와는 다른 관심사를 볼 때마다 호기심이 생겼고, 엄마한테 이불이나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곤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집마다 다른 향이 났다. 당연하지만. 친구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 냄새, 섬유유연제 향,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시큼한 냄새까지. 집에 누가 살고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다른 향이 나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가족에 대한 관념이 강한 나라들이 있다.
러시아, 중국, 한국, 이탈리아, 멕시코가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이중 한국은 재미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다.
전 국민 가족 화인데, 식당을 가면 이모와 삼촌을 찾고
회사에선 가족같이 지낼 직원을 찾는다.

-[HOME] 전시 중에서

 

 

“한국의 아파트는 주거의 개념보다 재산의 개념이 강하다.”

엄마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말고 저 건너편 아파트만 샀어도, 집 값이 많이 올랐을 텐데” 이 말을 자주 들어서인지 벽에 붙어 있는 여러 문구들이 공감됐다. 지금은 집에 대한 가치가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예전엔 살고 있는 공간보다는 재산의 개념이 컸으니. 어른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어디 사냐고 물어보는 동시에 그 집 시세는 어떤지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 장소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그저 단순하게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당신의 HOME은?

HOME전시 영상 속 인터뷰에서 각 작가들은 공동된 말을 했다. “구조 여부를 떠나, 누군가는 좋아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고, 이야기 전달을 카메라로 어떻게 말할지 고민했어요.” 16명이 말하는 HOME은 결국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고, 추억이 있고, 앞으로 지낼 공간이라 말한다. 작가들은 꾸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 어떤 취향, 어떤 삶, 어떤 가치를 갖고 사는지에 따라 사진 속 분위기가 달랐다. 집에 가면 우리 집의 분위기는 어떤지 살펴봐야지.

당신의 HOME은 어떤 의미인가요?

전시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생각하려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한다. 내 관점을 넓혀주고. 그런 의미에서 HOME전시도 좋았지만 [밤의 공항에서] 전시도 좋았다. 이 전시를 보기로 한 이유는 하나였다. 사진 느낌이 너무 좋아서. 색감도 예쁘고 마치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촬영하여 사진으로 무언가를 말하는 듯해 보였다. 친구들과 우리가 찍은 사진들로 전시하자는 말이 있어서 더 관심 갖고 보게 됐다.

밤의 공항에서

정면보다 뒷모습이 많이 보인다. 큰 배경에 그들의 뒷모습으로도 웅장하고 모험하는 듯해 보인다. [밤의 공항에서] 작가는 시인이다. 시를 쓰지 않은 때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사진으로 시를 쓰고 있었다고 하셨다. 표현만 다를 뿐. 사진을 배우신 적이 없다고 하셨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을 했기 때문 인지 사진이 시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생각하는 공항이 좀 남달라 보였다. 공항은 집에서 다른 나라로 넘어오는 곳으로 낯설기도 하고 설렘을 주는 곳이다.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한. 새로운 기억을 만든 시작점으로 작가의 여행을 보니 사진도 하나의 도전이지 않나 싶다.

여기는 공항이다. 
절망과 슬픔을 말하기에 우리의 경험은 언제나 모자라지만 
새로운 기억을 시작하기에 공항만 한 곳이 또 있을까.

뒷모습이 쓸쓸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전시 소개 글을 봤다. 사진은 보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감정이 달라서 일까. 쓸쓸하기보다 따뜻했다. 동물과 함께, 가족과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내 일상을 상상했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의 삶을 공감할 수 있었다. 카메라는 늘 가지고 다니지만 찍고 싶은 순간을 만나는 건 흔치 않다. 단순히 예쁜 걸 넘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했을 때 찍고 싶다. 좋은 사진전을 보면 사진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좋은 걸 보고 싶고, 좋은 걸 느끼고 싶고, 좋은 걸 표현하고 싶어진다. 필름 카메라를 꺼내 들어 동네를 산책하고 싶어졌다.

매실 브런치 : @dahyesong91
매실 인스타그램: @maesil_da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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