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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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SIDE 다가오는 것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다가오는 것들

내게 다가올 날을 생각해봤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다보면 내 글 찾는 사람을 만날 것이고, 내 취향을 찾아가면서 내가 있을 공간을 만들어가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해 여행을 다닐 것이고 그럼, 벽지에 여행사진이 붙여있지 않을까. 나를 찾는 과정에서 나와 같은 이성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겠지. 글로 보면 꽤 순탄해 보이지만 시련도 있겠지. 흘러가는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아도 가끔은 혼란스럽고 불안하겠고. 예측할 수 없는 이 시간을 난, 잘 보낼 수 있을까.

엄마이자 선생님이자 딸인 나탈리

새벽에 나탈리에게 전화가 온다. 남편 하인츠는 어머니 같다며 받지 말라고 한다. 한두 번 전화 온 것이 아닌 듯싶다. 역시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불안증이 올 때마다 나탈리를 괴롭히며 항상 자기에게 와주길 바란다. 이런 일이 일상인 듯 어머니를 달래며, 어두운 곳에서 밥을 먹고,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투쟁하는 학생들 사이에 빠져나와 수업을 한다. 나탈리는 철학 선생이다.

제자 파비앵은 나탈리 덕분에 ‘철학’으로 삶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탈리를 좋아하고 찾아와 주는 제자가 있다. 출판사에서도 작업하는 나탈리는 일이 끝나고 어머니 집으로 가서 말동무를 해준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밥까지 챙기며 나탈리는 엄마이자, 선생님이자, 딸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는, 아니 평범하게 보이는 나탈리라고 해야 하나. 나탈리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시험 감독을 마치고 돌아온 나탈리에게 남편 하인츠는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말한다. 나탈리는 화를 버럭 지르기보다 혼자 묻어둘 순 없었냐고 말한다. 이 평범함을 깨고 싶지 않다는 듯이.

“평생 날 사랑할 줄 알았는데 내가 등신이지!”

나탈리는 계속되는 어머니의 자살시도로 요양병원으로 모신다. 담배 피우는 파비앵에게 한 모금 달라는 나탈리는 남편하고 별거 중이라고 말하는데 꽤나 덤덤하다.

 

“여자는 40살 넘으면 쓸모없어져 그게 진실인걸. 별 일 아니야. 
삶이 끝난 것도 아니고 실은 나도 각오하고 있었어. 
동정할 필요 없어. 지적으로 충만하게 살잖아. 그거면 족히 행복해”

다가오는 것들

앞으로 다가올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탈리의 모습에서 쓸쓸한 눈빛이 느껴진다. 나탈리의 슬픔은 여전하지만 시간은 무심하게도 계속 흐른다. 함께 책을 작업하기 위해 파비엥을 만난다. 파비엥의 차에서 Woody Guthrie의 Ship in the Sky가 들린다.

 

“남편과 나는 20년 내내 같은 음반을 들었어. 브람스, 슈만. 지긋지긋했어. 
이런 생각을 해, 애들은 품을 떠났고 남편은 가고 엄마는 죽고 
나는 자유를 되찾은 거야.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온전한 자유 놀라운 일이야”

파비앵을 만나면 나탈리는 솔직해진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긴 길을 보여준다. 모든 걸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나탈리의 다짐처럼. 앞으로 남은 긴 여정을 보여주듯. 이제 이렇게만 살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탈리는 파비앵에게 상처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가올 모든 일을
받아들인

나탈리가 철학 선생님이라 영화 중간마다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와 삶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 답을 찾아가며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인다. 파비앵에게 어머니의 고양이 판도라를 보내주고 파비앵과 나탈리는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시련이 찾아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가올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손녀가 울자 아이를 안고 노래를 불러준다. 자신의 삶을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듯.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나탈리의 모습을 보여주듯.

잔잔한 영화를 좋아한다. 큰 감정 기복 없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 [다가오는 것들]도 기다렸단 듯이 찾아온 시련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내게 다가올 앞날과 현재를 생각하게 한다. 뭐 먹고살지 고민하면서 괴로워하는 이 시간이 지나면, 나도 과거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까? 시련이 오더라도 시간이 위로해준다며 다가올 것을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을까?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월간심플 10월 ‘취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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