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오래된 물건 <쓰레기 x 사용설명서> 전시

카테고리: MAESIL, 월간심플0 댓글
OTHERSIDE 쓰레기 전시

오랜 시간, 오래된 물건

<쓰레기 x 사용설명서> 전시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내가 환경에 관심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학교 때 환경동아리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토론하는 자리에 줄곧 참여해왔다. 하지만 진짜 환경에 관심 있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답하기 어렵다. 환경을 이야기하면서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식하고 있으나 정작 그것을 실천하기란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를 위해, 우리 후손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음을 어쩔 수 없게 두는 것이 아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 어쩌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쓰레기 x 사용설명서> 전시를 통해.

왜 쓰레기와 사용설명서를 곱하였는지 생각해봤다. 우리가 흔히 버리는 쓰레기가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추억을 곱씹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쓰레기 문제와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이로 인해 우리가 만들어낸 쓰레기가 현재 어떤 문제에 처해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쓰레기 x 사용설명서> 전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와 다양한 해결책 및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part 1>

광고로 새 제품 구매 충동을 일으키고, 일회용품 사용으로 건강과 편리함을 지키자며 대량 소비가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쉽게 물건을 버리고 그만큼 쓰레기가 넘쳐나게 됐다. 1인 가구 4인 가구가 배출하는 쓰레기 양과 어디서 쓰레기가 나오는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쓰레기가 얼마큼 쌓였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버리고 있는 물건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3대째 혹 그 이상의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셈이다.

과거엔 ‘분리수거를 잘하자’ 포스터도 나왔지만 지금은 종량제 봉투에 분류 없이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면서 더 큰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매립으로 인해 땅 속에서 썩지 않거나 썩는데 오래 걸리는 쓰레기들이 땅에서 잠들고 있다. 괜찮을까?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이미 거대한 산을 이루기에 이르렀고, 
우리는 쓰레기 산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Part 2>

처음부터 이렇게 쓰레기가 넘쳐나진 않았다. 전통시대에만 해도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다시 활용하는 습관, 분뇨까지도 거름으로 사용하였다. 즉 땅에서 나온 것들은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였다. 물건이 고장 나면 고쳐서 쓸 수 있을 때까지 사용했던 반면 지금은 새것을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버려진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물건에는 우리의 지난 삶이 담겨 있습니다. 
오래된 물건은 소중한 시간과 추억,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만화 <검정고무신>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래된 물건을 엿으로 바꿔먹기 위해 엄마 몰라 냄비를 줬다는 이야기 등 그 시대의 추억거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물건을 쉽게 구매하고 버리면서 그 물건을 구매했을 때의 기분, 그 물건과 함께 했던 이야기까지 버려지고 있다. 여기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사용하고 리폼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우산 수리 무료 봉사 -신용식 

환경을 이론으로만 말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원했다. 우산은 고장 나면 버릴 수밖에 없다. 주변에 수리할 수 있는 곳이 없기도 하지만 3000원이면 새 제품을 쉽게 살 수 있기 때문. 버려진 우산만 해도 쓰레기가 엄청나다. 신용식씨는 이 버려진 우산들을 분해하여 우산을 수리할 때 재활용한다.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 이걸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딸에 물려준 경대. 경대를 사용할 때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 시간만큼 같이 있었던 물건이기에 버리기 어렵다.

“지구는 어떻게 될까 그 생각을 하게 돼요” – 정명옥 

한 옷으로 자식 모두 입히고 한 장난감으로 각자 다르게 놀았다. 도미노를 하기도 하고 이름 맞추기를 하기도 하고 쌓기 놀이도 하는. 장난감과 옷을 통해, 부모님과 아이들은 대화거리가 생겼다.

<Part 3>

‘새활용 상상놀이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과 에코백 교환, 헌 옷으로 만든 장난감, 분리수거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주말이면 우산 수리와 공예 제작 체험도 열린다.

내가 버린 것을 보면 너를 알 수 있다.

-MuCEM 쓰레기의 일생 특별전 전시기획자 드니슈 발리에 인터뷰 중

<버려진 것들>

더 사용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 제 몫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라 쓰레기 더미에 어울리지 않는다. 버려진 책 더미 속에서 찾은 조선 고적 도보, 이는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또한 보물 1863-2호로 지정된 정약용의 서첩 하피첩은 영조대왕 태실 봉지 기였던 사람의 후손 살림집 다락에서 발견되었고 ‘미인도’역시 해남 윤씨 종가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다가 책장 안 밑바닥에 깔린 종이를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되었다. 이렇듯 쓰레기로 오해받아 소중한 문화유산까지 버려질 뻔했다.

우리 주변에 쓰레기가 될 만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남아있는 물건

어떤 다짐을 할 때마다 새 공책과 새 팬을 산다. 새 노트에 새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며 늘 ‘새로움’을 강조했다. 옛 것을 늘 촌스럽거나 눈여겨보지 않다가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 그래서일까 내 방 안에서 오래된 물건을 찾기 어려웠다. 이미 오래된 물건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전통시대 때 물건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면서 부러웠다. 이렇게 내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물건을 쓰면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에.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 아빠와 데이트하면서 멨던 스카프를 간직하고 계신다. 이 스카프를 왜 아직까지 갖고 있냐는 질문에 “그냥 예뻐서”라고 말하며 부끄러운 듯 화제를 돌리셨다. 나도 훗날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오랜 내 물건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점차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환경을 지키고 싶다.

전시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거나, 내가 놓친 관점을 챙기기도 했다. 그 재미에 쉬는 날이면 전시회를 간다.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동시에 난 이를 어떠게 표현할 수 있울지 고민한다.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예술가가 된 것 같다. 전시를 보기 위해 서울까지 여행해야 하지만, 보고 나면 하루가 풍족해지는 기분이다. 좋은 작품을 보는 날이면 더욱.

월간심플 10월 ‘취향’ 중에서
[월간심플] 이전 글 /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글 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