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좋은 일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다

카테고리: PHOTO, 사진살롱0 댓글
사진전리뷰

살면서 좋은 일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다

있는 것은 아름답다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은 디지털이 아닌
아무런 기교 없이 순수 촬영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인생의 한 순간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지요.
일례로 1860년대 초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매튜 브레디의 스튜디오 앞에는 군에 갓 입대한 신병들이 앞다투어 긴 줄을 섰습니다.
불확실한 미래,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대비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억으로 남길 자신의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사진들은 사라져 가는 동안에 무언가를 남겨두고자 하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것입니다.

-사진전 중에서

최근에 회사에서 짤렸다. 이제 막 적응하는 단계였는데 경영악화라는 이유로 사직 처리당했다. 드디어 괜찮은 직장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잔인한 현실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앞으로 어떻게 월세 내지? 이제야 모으기 시작한 적금통장을 보며 해지해야 되는 건지 고민하는 나 자신이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위태롭고 불안정하는 내 삶이. 29살이라 이게 바로 아홉수의 불행이 아니냐면서 투덜거렸다. 그래서 이 사진전에 더욱 눈에 끌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막막한 내 인생에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살면서 좋은 일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다. 
믿음, 다른 이에 대한 사랑, 자식들과 친구들이 있었기에 살아올 수 있었다. 
내가 아는 한 난 최고의 엄마였다. 
부모님도 정말 훌륭한 분들이었다. 
난 정말이지 은총 받았다.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애를 쓰는데, 가끔은 오히려 나쁜 일이 일어나기도 해요. 
지난주에 89살이 됐어요. 절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죠.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스스로를 좀 더 잘 돌봤을 텐데 말이에요.  

청춘을 즐겨본 기억이 없어요.
 다른 사람 잘못은 아니고 제 탓이죠. 
너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몇몇은 저를 과분할 정도로 사랑해주고, 
몇몇은 저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요. 
때로는 그게 신경 쓰이고 때로는 신경 쓰이지 않았죠. 
나는 나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해요.

우리가 애써 붙잡고 있는 것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우리를 의기투합하게 하는 것들이 모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 일쑤죠. 
훤씬 강한 힘으로 버티지 않는 한 말이에요.
 한번 보세요. 정마 바보 같아요! 
우리는 무슨 일이든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지만 
신께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시지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일들은 
전혀 기대도 안 했던 사람들에게서 깨친 것들이에요. 
또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일은 
제 자신이 전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죠.

이 전시를 보면서 웹툰 [죽음에 관하여]가 생각났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편하게 죽을 거라 생각한다는 말이. 순간 뜨끔했다. 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오래 살거라 생각했다. 아무 사고 없이 편안하게. 이 웹툰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를 통해서 내가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가사 쓰기 수업을 신청했다. 뭐라도 꾸준히 해야 할 게 필요했다. 내 심정을 가사로 적기 위해 사람들에게 내 속마음을 말했고, 사람들은 내 말에 공감해주며 여러 에피소드와 조언을 해줬다. 그때 가장 중심적으로 나온 2가지 말이 있다.

하나는 귀찮음. 요즘 뭘 하든 귀찮다. 밥 먹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내고 싶다. 계속되는 취업준비로 인해 힘이 빠졌고, 그 안에서 견뎌야 하는 여러 관계에 지치기도 했다. 휴식이 필요했다. 이 말에 이어 다른 사람은 다른 한 가지를 이야기했다. 특별함. 지금까지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면서 특별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이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 공감했다. 어렸을 땐 작은 무언가에도 칭찬받으며 살아왔지만 어른이 되면서 칭찬받을 일이 별로 없어졌다. 일 하면서 얻는 성과는 당연한 일이었으니. 우린 왜 특별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평범해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내게 특별한 무언가가 일어나길 바란다. 지금보다 활발한 무언가를 하고싶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터뷰 속 어르신의 말들은 내가 생각한 특별함에서 벗어났지만 특별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할머니와 마주 앉아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던 일이란 것도, 아플 때 옆에 있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잘 살아왔다는 뿌듯한 추억까지. 어쩌면 특별함은 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고 재미있게 해줄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로 인해 특별한 내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족과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벌써 좌절한 채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짤렸을 때 같이 회사를 욕해주고 어떻게든 살게 될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친구들이 먼저 생각났으니.

‘추억, 그 이상의 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내적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이 내적 이야기는 다름 아닌 늘 우리와 함께하는 자연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간 색감을 많이 활용한 ‘추억, 그 이상의 것’ 전시 사진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살고, 숨 쉬고, 느끼고 있는 지구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이 땅과 물 그리고 불 등으로부터 얻어진 것입니다.

특히 여러 장의 사진을 붙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포토 콜라주 방식의 장업을 통해 얻어진 이미지는 삶의 굴곡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내적 이야기에 대한 이미지적인 표현으로 은유적이라 할 수도 있는 바람의 속삭임이라던가 경이롭게 커가는 나무라던가 혹은 한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전시 중에서

로맨틱한 사랑보다 진심으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매번 불평하기보다 다가온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일을 찾으며 사람을 배려하고 스스로를 잘 돌보는 만큼 중요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일에 짤려 생계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또 어떻게든 살아나갈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살려고 하니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내가 죽을 때가 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생각에 잠겼다. 지금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만년은 살고 싶지만 그럴 순 없겠지. 그렇다면 모든 하루들을 소홀히 보내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고 싶다. 우울한 날이면 최선을 다해 우울해하고, 기분 좋은 날이면 그날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사람.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잘 살아보고 싶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